문학

화이트앨범2 결말

2015. 7. 17. 18:55

 화이트앨범2의 최종결말은 키타하라 하루키가 결국 토우마 카즈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다. 키타하라 하루키, 오기소 세츠나, 토우마 카즈사라는 3명의 인간을 관찰해서 내린 결론이다.

 

  세츠나의 성장환경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중산층 가정이다. 크게 부유하지는 않아도 경제적인 곤란은 없는, 엄부자모, 현모양처, 그런 부모의 품에서 자라난 약간 응석꾸러기지만 착실한 남매. 특히 가족간의 관계가 대단히 친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특히 가족개개인의 의사결정에서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은 엄한 아버지지만 독단적인 의사결정보다 가족회의라는 장치를 통해서 결국 아내와 자식들의 의견을 따라주어 권위와 화목을 동시에 지킨 아버지의 공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 가정에는 폭력이 없다, 물리적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가족의 소중함을 안다.

 

 카즈사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비록 어머니 뿐인 가정이었지만 충분 이상의 애정을 받고 자란 것으로 묘사된다. "카즈사를 딸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사춘기 무렵 카즈사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 요코가 카즈사를 두고 해외로 떠난다. 실제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지만, 작중 묘사된 요코의 성격을 볼때 충분히 가능하다. 요코는 어머니로써 자식에게 애정은 충분했지만 어떻게 전달할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카즈사를 두고 떠난 것 자체가 카즈사의 성장을 위한 요코의 결정이었지만, 그것이 피아니스트 카즈사를 생각한 결정이었지 요코의 딸 카즈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카즈사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를 거부하게 된다.

 

하루키의 성장환경에 대한 작가의 의도는 세츠나, 카즈사를 절반쯤 이해할 수 있는 가정이었다. 초6까지는 화목한 가정, 이후로는 가정불화와 이혼으로 파탄. 그러나 작가가 의도한 것 보다 이후 전개에서 더 나빠진다. 모친과의 관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바로 독립해 인연을 거의 끊을 만큼 나빠진 것이다. 이는 하루키가 연애문제로 침울해진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 가족구성원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작중묘사를 보면 부모중 어느 한쪽이 특별히 잘못했다기 보다는 이런저런 갈등끝에 결국 붕괴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되면 엇나가서 방황하게 되거나, 좀 조숙한 대신 마음의 벽을 가진 자기완벽주의자가 되는데 하루키는 후자에 가깝다.

 덕분에 일정수준의 인간관계를 만들 순 있지만, 세츠나처럼 행복한 가정에 융화될만한 인간이 되기는 힘들다. 하루키가 세츠나의 가족을 동경하지만 거기에 진작부터 자연스레 섞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가족간의 애정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행복한 가정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오기소가에 파혼을 선언하고 세츠나의 동생에게 얻어 맞을 때, 하루키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카즈사가 하루키에게 마음을 연 것은 끊임없는 하루키와의 접촉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 끊임없는 접촉에도 카즈사의 역린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모르는 인간 사이의 접촉은 상대가 어느정도 평균적인 반응 패턴을 보이리라 가정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날씨나 식사, 가족의 안부 등등...그러나 하루키는 그런 주제를 선택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사무적인 화제로 접근한다. 왜냐하면 하루키도 카즈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츠나가 하루키에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가족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만약 보컬요청이라는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첫만남이었다면 하루키는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하고 떠났을 것이다. 세츠나가 카즈사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하루키라는 공통의 관심이 없었다면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속 설탕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둥 식단의 영양이 어쩌고 했다면 카즈사가 배길 수가 없다.

 

 세츠나 :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싫어! 모두가 우리를 축복해주지 않으면, 싫어...

 이렇게 형성된 하루키, 카즈사, 세츠나의 인격을 생각하면, 각자는 서로 친구까지는 될 수 있다. 그러나 평생 함께하는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세츠나 한 사람 뿐이다. 한 사람으로는 가족이 성립할 수 없다. 하루키와 세츠나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다해도, 하루키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순 없다. 이 가족이 행복하려면 오기소 부부가 조부모로서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하루키는 어느정도 이상은 융화되지 못한다. 가족은 행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하루키는 어딘가 겉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외도를 한다거나 일에 치중해 가정을 소홀히 한다거나 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세츠나가 바라는 완벽히 행복한 가정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츠나는 상처받고 하루키가 다시 자책하는 패턴이 영원히 반복되게 된다.

 

카즈사 :딱 하나만은, 절대로 보증할 수 있는 미래가 있어. ...네가 죽으면, 난 곧바로 그 뒤를 따를거야.  

 그렇다면 하루키와 카즈사는 행복한 가족을 꾸릴 수 있을까? 이 둘은 상처입은 서로를 햝으며 애정을 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행복한 일반가정이란 것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아이보다 서로를 더 중시하는 연인관계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루키는 행복한 가정을 믿지 않고, 카즈사도 그에게 행복한 가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서로 사랑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만족한다. 일반적인 가정은 아니지만, 어쨌든 둘만의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행복한 가족'은 아닐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유닛은 분명 지속된다.

 

 작중 하루키의 행보를 보면 어떤 실패를 경험하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틀어밖혀 버린다. 그리고 쌓아올린 인간관계를 무너뜨리는 패턴을 보인다.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악우인 타케야 정도인데, 이거야 말로 해외도피를 즐기는 카즈사와 같은 패턴이다. 단 둘 뿐인 세계라도 충분한 하루키-카즈사와 결코 외부의 빛을 포기할 수 없는 세츠나, 이것은 결정적인 요소이다.

 

 

하루키 : 부모님 쪽은 근처에 살고있습니다만, 뭐, 학비를 내주는 것 이외에는...

  유유상종이라, 결국 시간이 흐르면 하루키와 카즈사는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하루키가 아무리 행복한 오기소가를 동경하더라도, 그 호기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단 한 번 손에 넣으면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본질적인 차이를 '틀림'으로 인식하고 내팽게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화이트앨범2의 마지막은 어떤 형태로는 하루키와 카즈사의 결합이 될 것이다.

 

인물대사 출처 : http://blog.naver.com/vo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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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른 사람의 리뷰를 종합한 결과,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을 덧붙인다.(`15.10.29)

 

먼저, 서브히로인 3명은 IC의 3명을 투영한 것

치아키 - 오기소의 제멋대로인 악녀적인 면과 내숭녀의 면모를 극대화 시킨 캐릭터

코하루 - 이름부터가 작은 하루키(小春).

마리 - 하루키가 IC의 이별에서 카즈사를 쫓아가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카즈사형 캐릭터

 

코다의 결말 역시 3명 각각의 결말

세츠나트루(세츠나의 꿈) : 세츠나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말. 3인의 세계가 세츠나를 중심으로 재결성

우와키(카즈사의 현실) : 카즈사가 이끌어가는 결말. 하루키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지만...

카즈사트루(하루키의 선택) : 하루키가 선택한 결말. 가장 사랑하는 사람만 지키기로 결정

 

 세츠나트루는 역시 세츠나의 꿈에서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결말,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본질적 색정광인 카즈사의 우와키가 현실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완결, 대단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 두 사람 중에 누군가를 하루키가 선택해야 끝이난다. 그렇다면 하루키가 선택하는 결말은...

 

 

 

 

치정물로는 인생 No. 1

순애물로는 트라우마가 된 신조협려를 넘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