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횡자살사건의 베르테르효과
인간의 생존본능은 강렬하기 이를데 없지만, 어처구니 없이 죽음을 바라는 일도 흔히 있다. 이 중 널리 알려진 것이 '베르테르 효과'이다. 소설 속 캐릭터의 자살에 공감한 나머지 모방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인공 베르테르의 이름을 딴 효과인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모방자살은 아마 '전횡(田橫)'을 따라 죽은 500명일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전횡은 초한쟁패기의 인물로 제나라 왕까지 된 인물이지만, 한신에 의해 제나라가 망하면서 500명의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작은 섬으로 도망쳤다. 짐작컨데 전횡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의 자존심은 기록으로 드러난다.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유방이 제나라 지역의 안정을 위해 전횡을 용서하고 벼슬을 주려고 불렀는데, "예전에는 한왕이랑 나랑 같은 왕이었는데, 이젠 한왕은 천자가 되고 난 신하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게다가 한왕의 신하 중에는 내가 형을 삶아죽인 사람도 있는데 같은 군주를 섬기는 것도 부끄럽다."라고 말하고는 자살해 버린다. 참으로 꼬장꼬장한 성격이다.
여기서부터는 베르테르 효과가 일파만파로 번져간다. 전횡의 시체를 유방에게 전해준 전횡의 부하 2명도 전횡의 장례가 끝나자 자살해 버리고, 이 소식이 섬에 남아있던 500명에게 전해지자 그들도 자살해 버린다. 사마천은 이에 관해서 "전횡의 절개는 고상해서 빈객들마저 의리를 사모해 따라 죽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실 베르테르효과에 군중심리가 더해진 것이지 딱히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전횡과 2명의 자살소식을 섬의 500명이 함께 들었을 것이다. 동시는 아닐지라도 같은 시기에 듣고 함께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했을 것이다. 그 슬픔의 현장에 성질 급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 분연히 일어나 목을 그어 죽고, 여기에 동조해서 하나 둘씩 자살하기 시작한다. 어어~하는 사이 자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에라이~하고 자살하는 사람도 나온다. 별로 자살할 생각까진 없던 사람도 분위기와 감정에 휩쓸려서 목을 긋는다.
물론 기록된 것처럼 500명 전원이 자살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소수의 '아 이건 좀 거시기한데?'하고 꽁무니를 뺀 피가 차가운 친구들도 있을 것이니까. 그러나 역사기록은 전원자살로 해서 아름답게 포장한다. 보라, 이 얼마나 장엄한 죽음인가? 그러니 생명보다는 충성과 의리가 중요하다, 이런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 메세지가 유용한 지배수단인 것은 일단 차치하고, 개인의 선택문제로 돌아가자.
사실 그 순간에 냉정을 유지하면서 남아 있는 삶의 무게와 죽음의 가치를 저울질하기는 어렵다. 이게 가능한 사람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따뜻한 눈물과 끓는 피를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피와 눈물을 흘리며 죽어야 된다면 이건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이야말로 인간사를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해타산만 따지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인가, 아니면 다정다감한 베르테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