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결말이 바뀐 이유

문학 2016. 8. 21. 01:14 Posted by 闖

 영웅문 3부로 널리 알려진 의천도룡기의 원래 결말은 이렇다. 조민이 장무기에게 마지막 3번째 부탁으로 눈썹을 그려달라고 하고, 장무기가 웃으며 앞으로 평생 그려주겠다고 하는 순간 창문이 열리며 주지약이 등장해 "무기오빠, 나에게도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을 잊지 않았지요?"라며 묘하게 웃자 장무기가 만감이 교차하며 붓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난다.


 이 결말은 조민과 장무기는 일생 함께할 것이지만 주지약 역시 함께일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작가도 후기에 장무기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그 스스로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인데, 2004년 개정판에서는 주지약이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이 아이를 가지는 것은 좋으나, 결혼만은 하지말라, 그리고 가끔 자신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하고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김용 작품의 결말은 대체로 해피엔딩이고, 남녀간의 정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용의 작품에서 서로 사랑하지만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는 죽음이 갈라놓는 경우이거나(진가락-향향공주), 피치못할 사정으로 상대방을 떠나는 경우(장무기-소소)등 일부분에 불과하다. 김용은 필시 남녀간의 사랑이 백년해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소의 경우에는 후기에 "사랑하는 소소와 이어주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프다"라고 썼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주지약과 장무기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며, 조민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이어주지는 못하겠지만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여지를 남겨두는 결말을 택한 것이 김용다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용은 왜 결말을 바꾸었을까? 


 나는 김용의 사랑관념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이에 백년해로 하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어디 있겠냐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것이다. 주지약의 사랑이 구판에서는 장무기와 해로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이었다면, 개정판에서는 단념하는 대신 장무기의 결혼식을 자신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무기의 결혼식은 일생에 단 한번 주지약과 치루다만 수라장의 기억이 될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없으니 단 하나의 추억이라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도 사랑의 한 형태이니,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진 셈이다. 


 김용도 나이들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닐까? 경험은 사람을 변화시키니 말이다. 문득 주지약의 마지막 한숨이 가슴에 저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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