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양관삼첩

문학 2011. 8. 11. 18:44 Posted by 闖
제목 : 送元二使安西(송원이사안서 : 원이를 안서에 사신으로 보내며)

저자 : 왕유(王維)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조우읍경진 : 위성의 아침비가 먼지를 적셔)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청청류색신 : 여관의 푸르른 버들잎색 새로워라)

勸君更進一杯酒 (권군갱진일배주 : 그대여 다시 한 잔 술을 마시자)
  
西出陽關無故人 (서출양관무고인 : 양관을 나서 
서쪽으로 가면 아는 사람 없을테니)


# 위성, 안서, 양관은 모두 지명이다.  

 이 시를 읊는 방법이 바로 양관삼첩(陽關三疊 : 양관을 세번 반복)이다. 구양수에 의하면 마지막줄을 두 번 읊는다고 하고 소동파는 각 구절마다 두 번씩 읊거나 제 2구 이하를 반복하는 방법이 있다고 내가 본 책(1991, 노재덕, "중국고사", 명문당)에는 씌여있고 인터넷검색에도 그렇게 나온다. 왕서노의 중국창기사(娼妓史)에 보면 세번 반복하는 것이라는 언급이 있다.

 그러나 어쨋든 이 시를 세 번 읊는 것이 핵심인데, 두 번씩 읊는다는 식의 설명은 뭔가 번역이나 설명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이하는 내 나름의 추리와 결론을 써보겠다.

 원래 양관삼첩의 읊는 법은 소동파의 방법이 정석일 것이다. 

각 구절을 두 번씩-이라는 설명은 실제 시 전체를 세 번 반복해서 읊는 것이리라. 이는 가장 정석적인 삼첩의 방법이다. 2구 이하를 반복-이라는 설명은 경치를 읊는 부분인 2구까지는 한 번만 하고, 술을 권하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3, 4구를 세 번 반복하는 것이리라. 중국의 예는 술은 상삼행이라고 석 잔을 마시는 법이니까. 양관삼첩을 하면서 3, 4구는 바꿀 필요가 없지만 1, 2구는 한 번 읊을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정경으로 대구를 바꿔가면서 읊었을 것이다. 이것이 시를 즐기는 법이니까 말이다.


  구양수는 취옹이라 불릴 정도로 술이 약했기 때문에(술이 금방 취하는 늙은이라서 취옹) 석 잔의 술을 권하는 것이 부담되어 벗과 이별할 때 실재로 술을 권하는 3구는 한 번만 하고, 마지막 줄만 세 번 반복하면서 자신의 아쉬움을 드러냈을 것이다. 이별할 때 마상에서 돌아보는 정경을 생각하면 술이 약한 사람이 석 잔의 술을 거푸 마시면 말 위에서 떨어지기 십상이니까. (음주운전은 예나 지금이나 금물이다.) 구양수 본인도 석 잔의 술을 권하며 아쉬워하고 싶은 호기가 왜 없었겠는가마는, 그거야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니 구양수를 탓할 바가 아니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굳이 자자구구에 얽매여 몇 번째 줄 부터 세 번 읊는가 하는 문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저 자신과 벗의 기분에 따라 석 잔의 술을 권하든지, 한 잔의 술을 권하든지, 이별의 아쉬움은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드러내는 것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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