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그의 죽음에 한숨인지, 恨숨인지 모를 하얀 구름을 토해내며 이 글을 씁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잘 정리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되도록 짧게 쓰려고 하지만 혼란한 머리로 논리를 전개하려면 중언부언할 수 밖에...
한 인간이 죄를 용서하는데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혹자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전 '최소한' 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죄가 없다는데 뭘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이 없잖습니까?
김근태가 워낙 훌륭한 분이라 이근안을 용서해줬는데,
김근태가 용서한 것은 감옥안에서 죄를 인정하는 이근안이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고문실에서 기세등등한 이근안이었다면 김근태가 용서할 필요가 없죠.
덧붙이자면 가짜목사질 하면서 자기미화를 하는 이근안도요.
김근태가 죄를 인정한 이근안을 용서한 것은 인간적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한 사회가 죄를 용서하는데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의 답은 불행히도 인간과 달리 사회는 맺고 풀고 할 감정이 없기 때문에, 용서라는 것은 없습니다.
대신 죄라는 사실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지고나면 청산 됩니다.
그렇기에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았는가가 한 사회가 죄를 용서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도덕적 책임 같은 것을 따지지 않은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이근안, 그가 속한 집단. 그들의 죄.
전두환도, 노태우도 법정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벌을 받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계적으로 말하면, 아직 벌을 받는 중입니다.
아직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여전히 새로운 죄를 짓고 있습니다.
부정하게 쌓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상응하는 벌을 받았으니 과거가 청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진작에 그들을 용서, 이니 용인했습니다. 면죄부를 팔았습니다. 너무나도 값싸게.
우리 사회가 그럼 김근태가 한 용서처럼 훌륭한 일을 한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한 인간이 죄를 용서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사회가 죄를 용인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무책임 할 뿐 아니라, 저 군사독재의 원흉들이 계속 죄를 짓는 것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짓는 방조죄입니다.
김근태가 이근안을 용서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 일당들을 '용서'합시다.
예전의 죄 뿐 아니라, 지금 계속해서 짓고있는 죄까지도요.
절대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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