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영기발랄한 청년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너 군대 안가냐? 언제가냐?"
주로 마땅히 할 말이 없을 때 나오는 화젯거리로써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쩌라고? 대신 가줄꺼니?" 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으레 따라나오는 덕담(?)아닌 덕담은 이렇다.
"군대는 하루라도 빨리가는 것이 좋다."
"나이들어 군대가면 자기보다 어린 놈 명령,갈굼 들어야 한다."
거기에 이 말까지 덧붙이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의 표준적인 '어른'이라고 봐도 좋다.
"기왕이면 빡세게 다녀오는 것도 좋아. 군대 갔다오면 철들잖아. 어른되서 나오거든."
틀림없이 군대갔다와서 '어른'되어 나온 경험이 묻어난 진심어린 충고일게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군대는 폭력기관이며, 계급문화가 철저한 조직이다.
명령에 순응하는 것이 선이며 상급자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애초에 비판적사고의 필요성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까라면 까는게 군대다.
군대에서 배우는 것에는 물론 사회에서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면도 많이 있다.
삽질이라던가, 삽질이라던가, 삽질이라던가.
또 우리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다음과 같은 행동요령을 숙지하게 된다.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 빽의 중요성과 빽 사이의 서열 알기 or 줄의 중요성
- 상관 눈치보는 법과 요령껏 게으름 부리는 법
- 남의 일과 내 일, 업무 미루는 법
- 중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삥땅치는 요령
- 옳고 그름보다 짬밥이 중요
등등 열거하면 끝이 없으나, 병영문화가 뿌리깊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나같이 유용한 경험을 쌓게된다.
이게 '어른'이 된다는 본질이다. 그리고 그런 '어른'을 꼰대라고 부른다.
20대 초반은 인생에서 가장 영기발랄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히 정립된 나이라고 하기는 힘들며 그만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다. 어찌보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딪는 순간이 군입대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배우는 것이 평생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병영문화가 뿌리깊다. 나는 이런 사회문화는 점차 사라져야한다고 본다.
내 생각은 이렇다. 군대에 빨리가고 늦게가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바람직한 군생활과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자기나름대로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다면, 군대를 가도 부정적인 문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막 피어나려는 개성과 정신을 가진 희디 흰 백지같은 젊은이가 군대라는 틀에 들어가서 '어른'이 되어 나오는 것은 말리고 싶다. 국방의 의무는 다해야겠지만, 굳이 인간이 들어가서 군인이 되어 나올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가치관이 어느정도 형성된 이후에 가면 더 훌륭한 인재가 될 사람은 좀 천천히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빨리 가야겠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면 좋겠다. 군대에서 갈굼당하고 욕을 먹는 것은 군대문화 탓이니 본인의 자존감에 상처받지 않기를.
<삼국지 후주전> 후주(유선:유비의 아들)는 어진 재상(제갈량)에게 일을 맡길 때는 순리지군(循理之君-도리를 따르는 군주)이었으나 엄수(閹豎-환관)에게 미혹되자 혼암지후(昏闇之后-우매한 군주)였다. 전(傳)에서 이르길 “흰색 실은 일정한 색이 없고 오직 물들여지기에 달려있다.”고 했으니 확실히 그러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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