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안에 이런 저런 의견, 특히 노동, 차별 등 인권문제 영역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야 그런데 니들은 왜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냐? 종북이라서?"
"늘 정부 비판만 하는데 북한 독재정권에 비하면 나은거 아냐? 그렇게 우리나라가 싫으면 북한으로 꺼져버렷."
어떤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말 아닌가? 그럼 왜 우리나라에 대해서 바른말, 쓴소리를 잘하는 친구-주로 진보계열-들이 왜 북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가? 하태경 처럼 북한의 실상을 알고나면 전향이라도 해서 목소리 크게 북한인권을 떠들어야 하는데 몰라서 안하는 건지 종북이라서 못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분들에게 왜 그런지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답은 간단하다.
북한 문제보다 우리 문제가 더 중요하고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냉전체제일 때는 서로의 체제를 깎아내리고 자신의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기 바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학자로 평가받는 촘스키 역시 '당신은 왜 소련을 비난하지 않고 미국을 비난하는가?'라며 공격을 받았다.
촘스키는 이렇게 답했다.
"미국땅에서 소련을 비난하기는 지극히 쉽지만, 미국땅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소련도 마찬가지다. 소련내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소련을 비난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지식인의 책무는 바로 남들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북한 문제를 외치는 것은 정부가 권장하는 일이며 보조금을 받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일이며, 때로는 각종 제제를 가하기도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북한과 체제경쟁 중이란 말인가? 설사 그렇다 한들 내부비판에 귀를 닫는 체제는 붕괴할 따름이다. 북한 체제를 비판하려거든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하는 것이 어떤가?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우리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울시청광장 등에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보가 북한비판에 소극적인 것은 용기가 부족해서도 아니요, 종북이라서도 아니다. 그들이 아니면 우리사회에서 그 누구도 제기하지 못하는, 안하는, 피하는, 덮으려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여기 병이 있소! 여기 곪고 있소!! 여기 도둑이 있소!!! 이건 잘못된 것이오!!!라고 말하기에 바빠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인 것이다.
그게 싫다면,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은 북한에서 나오는 대남적화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외신에서 언급해 줄 때까지 잠자코 있으란 말인가?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 했다. 내부비판이 듣기 싫다고 북한비판을 하라고 한다면, 환자는 여기 있는데 의사보고 옆집에 가라는 소리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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