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침체, 언제 끝나나?

경제학 2016. 4. 29. 01:38 Posted by 闖

 지금까지 불경기와 호경기가 반복되어 온 것 처럼, 지금의 불경기도 언젠가 지나가고 호경기가 올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 오는가? 일년, 오년? 아니면 10년? 아니면....?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명언, "장기에는 우리모두 죽고 없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는 것이 유한한 인생을 사는 지금 우리시대 인간들의 고민이다.

 

 

 불경기의 원인은 사실 명확하다. 호경기의 부의 팽창이 자연히 어느 순간 한계를 맞이하고 일시적인 조정기를 거쳐 다시 팽창해가는 것이 유사이래 인류사의 흐름이었다. 도식화하면 생산력 증가-부의 집중-한계-극복-생산력 증가-부의 집중-한계-극복의 반복이다. 농업시대에 생산력의 증가는 인구증가로, 인구증가는 경작지의 증가로, 경작지의 증가는 다시 생산력의 증가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주춤하기도 하지만, 빈 땅이 있는 한 큰 흐름에서 지속되었다. 공업시대로 전환된 후에도 이 흐름은 지속되었는데, 아직 공업화되지 않은 지역, 즉 식민지가 있는 한 계속되었다. 이 호경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의 제국주의시대이다.

 

 

 제국주의 시대의 위기는 제국주의가 극에 달해 가장 거대한 농업제국(이자 비공업국가)인 중국마저 갈가리 찢은 순간 시작되었다고 본다. 물론 아직 비식민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세계규모의 제국입장에서 더 이상 먹음직한 먹이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부의 속성은 무서운 것이어서,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팽창하려 했고 결국 부의 중심끼리 경쟁하다 결국 1929년 대공황으로 불경기를 겪게된다. 이 불경기를 해결한 것은 물론 2차세계대전이다.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소비는 생산을 촉진하고 다시 전후 황금시대를 열게 된다.

 

 

 전후 황금시대의 특징은 대전쟁의 결과가 많이 반영되었다. 전쟁에 기여한 시민들의 힘이 커져 유럽에서 복지국가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숙련공에 큰 영향을 받는 공업생산체제와 맞물려 공업시대사상 유래없이 부의 팽창과 분배가 이루어진 시기였다. 유럽외의 대륙에서도 냉전의 영향으로 자본 보다는 이념대결이 주가 되어 부의 분배가 경쟁적으로 행해졌다. 대공황을 막지못한 후버대통령의 공약인 "집집마다 자동차, 냄비마다 닭고기"가 이뤄진 것이다. 이 황금시대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복지국가의 재편이 이뤄지면서 끝난다.

 

 

 오일쇼크로 인한 불경기는 황금시대를 관통한 부의 분배가 다시 집중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이었다. 신자유주의의 대두는 부의 집중과 팽창이라는 전통적인 흐름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데 어찌보면 부의 분배와 팽창이 동시에 이뤄진 황금시대가 일시적인 비정상일지도 모르겠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의 호경기를 이끄는데 여기서 공업시대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한다. 바로 기술발달로 인한 후기공업사회로의 전환이다.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전환기가 농민을 도시내몰며 대량의 잉여노동력을 제공한 것처럼, 공업에서 후기공업으로의 전환 역시 대량의 잉여노동력을 발생시켰다.

 

 

 이 잉여노동력은 전통적인 2차공업에서 이탈하여 3차산업으로 이동하였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몇차례 지역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동이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선진공업국가들 모두 공통적으로 잉여노동력문제(실업, 고령화 등)에 시달리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경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부의 집중과 팽창이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보면, 부의 집중과 팽창은 결국 집중된 핵심끼리의 충돌, 즉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은 부의 조정을 통해 새로운 팽창동력을 주었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해결책은 너무 발전한 군사기술-핵무기의 등장- 덕분에 세계규모의 부의 충돌은 곧 모두의 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국지적으로 행해지는 재래식 전쟁은 이미 기존 경제규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규모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의 불경기를 끝낼 다른 방법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신자유주의가 끝낸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가 한계를 맞이한 것에 동의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의 집중과 팽창이라는 패러다임을 다시 분배와 팽창으로 바꾼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주1) 그러나 이런 변화는 현실성이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후 황금시대가 가능했던 것은 대전쟁과 냉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전쟁이 불가능하며 냉전도 종식되어, 부의 중심입장에서는 굳이 분배를 해줘야하는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부의 집중과 팽창은 여전히 계속되고있기에, 즉 대공황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호경기가 오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오는 호경기를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거 같으면 전쟁터에서 죽거나, 기근으로 굶어죽거나 등등 부의 조정기간에 희생되던 부의 핵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신자유주의적 의미에서는 이들이 ‘조정’되어야 불경기가 끝나고 호경기가 오는 것이지만 조정당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이고 알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가진 무기는 바로 숫자이다. 그래서 항상 부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결집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며 특별한 요인이 없으면 결집하지도 못한다. 보통선거제도가 이 사람들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는 하나, 이 사람들의 분노는 대체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요소이다. 히틀러를 탄생시킨 것은 분노한 독일민중이었다는 점을 상기하자.

 

 

 다수의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수십년의 장기침체 이후에는 다시 호경기가 도래할 것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자연적인 ‘조정’이 장기적으로 언젠가는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계를 빨리 돌리는 것은 역시 ‘통제할 수 있는 한 큰 전쟁’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부의 속성상 빠른 조정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 농업시대에서 공업시대로 바뀌는데 수천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공업시대에서 후기공업시대로의 이행은 산업혁명부터 잡아도 길어야 200년 남짓에 불과했고, 이 후기공업시대가 지금 30년만에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국지전으로 조정을 해 본들 금새 같은 문제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진보파들은 경제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하겠지만, 보수파들은 당장의 위급함만을 넘기면서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보수파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이 불경기가 언제 끝나느냐고? 글쎄, 자연적인 조정이 끝나는 장기, 그러니까 we're all dead 이후일게다. 그게 싫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지만, 당신이 부의 핵심이라면 굳이 자선사업을 하겠는가? 또 패러다임을 바꿔서 과연 얼마나 호경기가 유지될까?

 

 이후에는 필자가 생각하는 패러다임변화방향을 써야겠지만 다른 대주제가 되기 때문에 작금의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에 관한 글은 여기서 마친다. 

 

 주1) 대표적인 패러다임변화시도로 기본소득제를 들 수 있다. 일하지 않아도 돈을 주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제관념을 완전히 바꾸는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