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하르트의 와인(wine)

경제학 2016. 7. 12. 17:00 Posted by 闖

  

 라인하르트의 손 - 조각가가 최대의 정열과 최고의 재능을 결집시켜 만들어낸 것 같은-이 천천히 들어올려지더니 그 안에 쥐어 있던 술잔을 거꾸로 뒤집었다. 그러자 종이뭉치에 진홍의 액체, 즉 와인이 부어졌다. 장군들의 시선이 일제히 핏빛으로 물드는 종이뭉치에 집중되었다. 잠시 후 라인하르트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종이를 한 장씩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한 장, 또 한 장...... 그제야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눈동자엔 이해의 빛이 천천히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와인이 스며들지 않은 종이를 들어올린 젊은 독재자는 그것을 장군들에게 보였다.

 "잘들 보시오. 아무리 얇은 종이라도 수십 장 겹쳐 놓으면 와인이 스며들지 않는 종이

가 있게 마련이오. 나는 양 웬리의 예봉을 이 전법으로 꺾을 생각이오. 

적의 병력은 나의 방어진을 전부 돌파하진 못할 것이오."

 -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中    

















 인간은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고, 집단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각 개인은 집단에 소속감, 동질감 등을 느끼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소 개인적인 손해는 감수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당장 약간 손해보더라도 집단에 공헌하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경제학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낙수효과(Trickle-down)이다.


 집단이 고도화된 지금에 와서는, 집단의 이익이 그 구성원에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와인이 라인하르트의 종이뭉치에 다 흡수되어 버린 것처럼, 집단의 이익이 어디론가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중간에 다 흡수해버리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할 것이고,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와인이 부족해서 아래까지 닿지 않은 것이므로, 더 많은 와인이 필요하다고 반론할 것이다. 어느 쪽이 옳튼, 혹은 와인을 누가 다 마셔 버린 것인지 굳이 따지고 들 생각은 없다.(분명 누군가는 와인에 취해 콧노래를 부르고 있겠지만)


 중요한 흐름은, 집단의 이익이 구성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게 되면서 동질감과 소속감이 엷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흐름은 집단의 약화로 이어지고 더욱 심해지면...



 

   로이엔탈은 기함 트리스탄의 함교에서 멀어져가는 행성을 바라보았다.

 "전군이 되돌아와 양 웬리를 포위섬멸하란 말이지......"

 그 혼잣말은 9할가량 입안에만 머물렀으므로 들은 사람은 당사자 뿐이었다.

 "훌륭한 전략이기는 하군. 그러나 되돌아 오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