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의 명암

경제학 2021. 2. 21. 21:36 Posted by 闖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10년전부터 고민해오던 사람으로서 나름의 결론을 써 둔다.

 

기본소득제의 밝은 부분을 먼저 써 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저숙련노동자의 소득은 정체되고 심지어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전망이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안은 기본소득이라는 점 역시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하는 주장이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생존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 넓게 해석한 자유권(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소득이 없으면 자유가 없다.)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나 역시 천부인권에 입각해서 이 주장에 기울었던 적이 있었다.

 

기본소득제의 어두운 부분은 이렇다.

가장 강력한 반론은 무슨 돈으로 기본소득을 주는가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세금도 적게 내거나 혹은 거의 내지 않을 것이고, 직관적으로는 무임승차자(freerider)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강력한 반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소비로 인해 돌아가는 경제효과라던가 이런 건 일단 차치하자.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제가 지속불가능한 제도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기본소득제가 지속불가능한 제도라거나, 인간을 글러먹게 만든다거나 하는 기존의 반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기적으로는 우린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라플라스의 악마가 아닌 이상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 굶어죽게 생겼다면 씨종자라도 먹어야 한다.", "하루하루 똥 만드는 기계일 뿐인 잉여인간도 모두와 같은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나는 기본소득제에 반대한다.

왜냐,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기본소득제보다 현 4대보험을 축으로 한 사회보장체계가 우리 공동체에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4대보험체계, 특히 건강보험, 국민연금은 세계적으로도 탑클래스의 우수한 제도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고 다른 나라에서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고갈론이 무색할 정도로 탄탄하게 운용되고 있으며 고갈된다 하더라도 제도를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바꾸면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는 문제가 없다.

기본소득론자들이 약관에 작게 써놓는 부분이 바로 "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4대보험 등 기존의 국가보장체계를 대체해갈 것"이다. 이게 바로 문제다.

 

현 4대보험 체계를 근간으로한 사회보장체계가 물론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고쳐쓰면 그럭저럭 기본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혹 기존의 사회보장체제가 한계에 도달했을 경우&기본소득제가 어느정도 검증된 경우라면 모를까,

이미 있는 쓸 만한 제도 대신 기본소득제라는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