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패러다임 -1-

경제학 2016. 7. 4. 23:22 Posted by 闖

 앞서 이야기한 경기침체와 관련한 글을 먼저 읽은 후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지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 특히 경제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해외사례를 드는 경우가 많다. 해외사례가 마음에 들면 그대로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반대한다. 보통 한국 현실에 맞게 좀 수정해서 도입하자고 타협하고, 이것 저것 수정하다보면 제도의 원래 취지와는 영 동떨어진 제도가 한국적인 제도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대표적인 예를 딱 하나만 들면, 북유럽의 복지국가처럼 한국도 복지국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그건 북유럽이니까 가능하지 한국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며, 어쨌든 복지제도는 필요하니까 이런저런 변형을 통해 한국형 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형(形)이란 것이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변화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지켜야 할 정체성인지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인이나 북유럽인이나 사고방식이 같다면 같은 자극(제도)이 주어지면 같은 반응(성과)을 보일 것이다. 물론 한국인은 북유럽인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가까운 중국, 일본과도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사실은, 아직 인류라는 종 자체가 민족에 따라 구분할 만큼 분화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므로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넓은 의미에서 주위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변화해 온 것이며, 변해 갈 것이라는 것이다. 자, 그럼 한국형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변화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며, 각자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된다. 


 경제패러다임과 관련된 한국형이라고 한다면, 가장 근본적인 것은 수직적인 사고이다. 이것이 서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개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것이 유교문화의 영향인지, 농업공동체생활의 영향인지 따질 필요는 없다. 어쨌든 수천년간 한국에서 이 사고방식이 가장 생존에 적합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제도라는 것은 수평적인 사고로 만들어진 서구의 기존 제도를 수직적인 사고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된다. 사실 한국의 고도성장은 이 수직적이며 일사불란한 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집단을 위해서 개인은 희생하며, 대신 집단이 성장하면서 구성원도 그 혜택을 누린 것이다. 공업시대에서는 수직적 사고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번영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기공업시대, 장기경기침체에 접어든 지금도 수직적인 사고가 한국에 좋은 것인가? 한국(집단)과는 별개로 한국인(구성원)에게도 좋은 것인가? YES라면 이 불황을 다 같이 으쌰으쌰 한국적으로 단합해서 해쳐나가야 할 것이고, NO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는 이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경제패러다임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