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에 보면, 卽이 많이 나온다. 곧 즉자로, "A면 곧 B이다." 이런 용법으로 주로 쓰이는데, 중용의 23장을 보자.
어려운 한문이 싫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曲能有誠(곡능유성)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誠則形(성즉형) 정성을 다하면 곧, 형태로 나타나고
形則著(형즉저) 형태가 나타나면 곧 뚜렷해진다.(현저하다.)
著則明(저즉명) 뚜렷하면 곧 밝아지고
明則動(명즉동) 밝으면 곧 움직이고
動則變(동즉변) 움직이면 변하고
變則化(변즉화) 변하면 화한다 (변화한다)
唯天下至誠(유천하지성)爲能化(위능화) 오직 정성만이 변화하게 한다.
요컨대, 조그만 일부터 정성을 다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고, 오직(唯)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꼬투리를 잡자면 논리적으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성을 다한다=형태로 나타난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정성을 다해도 헛수고일 때가 있다. 형태로 나타난다해도 뚜렷하지 않을 때가 있고, 뚜렷해도 어두울 때가 있으며, 발버둥쳐도 변함없는 때가 있으며, 변해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변화일 때가 있다.
일본에는, 바람이 불면 통값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뜯어보면 논리구조가 중용과 흡사하다.
1.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린다.
2. 먼지가 날려 눈에 들어가면, 시력이 나빠져 장님이 생긴다.
3. 장님은 사미센이라는 일본악기를 연주해서 돈을 벌므로, 사미센의 수요가 는다.
4. 사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다. 그래서 고양이가 줄어든다.
5. 고양이가 줄면, 쥐가 늘어난다.
6. 쥐가 늘어나면, 쥐가 통을 많이 갉아 먹게 된다.
7. 통을 새로 사야하므로, 통값이 오른다.
그럴 듯 하지만, 역시 통계나 확률을 좀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좀 날리지만, 먼지가 눈에 들어가서 장님이 된다는 것은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 한 만 번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만 명중에 한 명 정도가 장님이 될려나? 사미센이 고양이 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체 고양이 숫자에 영향을 줄 정도로 사미센의 수요가 폭증할 리는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정도일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1. 정성을 다하면 70% 쯤은 형태가 드러난다. (여기서 70%는 임의의 +숫자이다.)
이런 식인데,
결국 0.7*0.7*0.7....이런 식으로 마지막에 가면,
"정성을 다하면 가끔 (괜찮은)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음수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유학자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계속 시도하면 결국 된다는 말이니까.
"매일매일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좋은) 변화하게 된다."
이것이 중용 23장의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순자의 적미(積微)개념이야말로 중용 23장을 압축한 단어가 아닐까?
그래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분은 아래 문장을 드래그해보라.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 정성을 다해도 결과를 얻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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