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의천도룡기를 보면 시대를 앞서간 신필의 진가를 느끼게 하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소소(小昭)라는 하녀다. 메이드, 외국인, 로리타 등 복합적인 모에 속성을 갖춘 이 소소는 주인공 장무기의 연인 4명 중 그와 가장 가깝고 진실한 사랑을 한다. 조민은 적대관계 였고, 주지약은 사부의 명을 받았으며, 은리는 자신의 환상 속에 있는 장무기를 사랑했지만, 소소는 장무기를 만난 이후부터는 알뜰살뜰 보살펴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 자신의 원래 목적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소가 장무기에게 불러준 "천지간에 완전한 것은 없어라"란 노래처럼, 결국 장무기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게 되어 이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사실 "천지간에 완전한 것"을 찾기 위한 갈망은 인간의 지상과제였다. 이는 수명에 한계가 있는 유기물로서는 어찌보면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조그만 흠만 있어도 일껏 만든 도자기를 깨부수는 인간 뿐 아니라, 짐승도 스스로 낳은 새끼가 장애가 있으면 버리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이 갈망은 전지전능한 신에 의지하기도 하고,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완전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이 문제에 관해 수많은 지자와 현자들이 고뇌한 결과를 살펴보자.
과학에서 완전체에 대한 추구는 "라플라스의 악마"로 결집할 수 있다.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 있다면, 뉴턴의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그것이 가능한 존재가 바로 라플라스의 악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라플라스의 악마는 뉴턴역학이 양자역학에 자리를 내어 주면서 완전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불확정성의 원리"가 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함을 밝혀 라플라스의 악마를 퇴치해버린 것이다. 즉, 과학적인 의미로 완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상의 그 갈망은 "완벽"에서 잘 나타난다. 완벽이란 글자 그대로 완전한 구슬이다. 흠 하나 없이 둥근 이 구슬은 역사서에 "화씨벽"으로 처음 등장한 후,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이 완벽으로 옥새를 만들면서 천자의 상징으로 수천년을 전해져왔다. 그러나 연암 박지원이 옥새론에서 말한 것처럼, 이 물건은 완전체가 아니고 도리어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는 귀물이지 절대 "완벽"일 순 없다. 이처럼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틀어봐도 완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천지간에 완전한 것은 없다. 신필이라 불리는 김용도 대필과 개작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신기루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신에 의지하지만 또한 신에 도전하고자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었던가? 결국 완전체가 신기루였다는 것을 입증하였으니 결코 무의미한 과정은 아니었다. 어쨌든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만은 분명하다.
완전무결을 원하는 자여, 그대가 그렇다고 믿으면 그것은 완전무결한 것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처럼 남에게 보이는 순간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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