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가운데 미묘한 말과 논리를 가끔씩 한번 말해줘 그들에게 향학(向學)을 권하려 하면, 그 모습은 마치 발을 묶어놓은 꿩과 같습니다. 쪼아 먹으라고 권해도 쪼지 않고 머리를 눌러 억지로 곡식 낟알에 대주어서 부리와 낟알이 서로 닿게 해주는데도 끝내 쪼아 먹지 못하는 자들이니, 아아,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형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둘째형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비유가 재미있어서 옮겨보았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데 분명 공부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곡식이다. 그러나 열심히 배우기는 커녕 어떻게든 시간을 때우려고만 하니,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공부하는 이는 드문 모양이다. 다만 꿩은 곡식을 주면 본능적으로 쪼아 먹기 마련이니 이 비유는 단지 그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지 실제 그런 일을 보았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긴 나도 실제 꿩을 키워본 적은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다. 사람이 공부를 하기 싫어해서 꿩만도 못하다면 그 또한 부끄럽지 않겠는가.
사족 : 정약용의 글에 보면 아들들도 공부를 등한시한다고 질책하는 글이 종종 있다. 이걸 보면 정약용도 애들 잡아서 공부시키는데는 별로 능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철학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박귀진,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지 (0) | 2016.08.02 |
---|---|
성선설과 성악설의 현대적 결론 (0) | 2015.12.30 |
완전무결에 관하여 (0) | 2015.07.12 |
[편지]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0) | 2011.07.26 |
[편지]시(時)는 나라를 걱정해야 (0) | 2011.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