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시경 이후의 시는 마땅히 두보의 시를 스승으로 삼는다. 대개 온갖 시인의 시 중 두보의 시가 왕좌를 차지하게 된 것은 시경에 있는 시300편의 의미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경의 시는 충신,효자,열녀,어진 벗(良友)들의 슬프고 아픈 마음과 충실하고 순박함이 나타난 것이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찬미하고 풍자하여(美刺) 권선징악하는 뜻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따라서 뜻이 세워지지 않고, 학문이 부족하고, 삶의 큰 도리를 아직 배우지 못하며, 임금을 도와 백성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이 없는 사람은 시를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중략)...그러나 시에 역사를 전혀 인용하지 않고 음풍영월이나 하고 장기나 두고 술먹는 이야기를 주제로 시를 짓는다면, 이거야말로 시골의 서너 집 모여 사는 촌구석 선비의 시인 것이다. 이후로 시를 지을 때는 반드시 역사를 인용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거라.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를 인용한답시고 걸핏하면 중국의 사실이나 인용하고 있으니, 이건 또 볼품없는 일이다. 부디 삼국사기, 고려사, 국조보감, 신증동국여지승람, 징비록, 연려실기술 및 우리나라의 다른 글에서 사실을 모으고 고찰하여 시에 인용하면 그제야 후세에 전할 좋은 시가 나올 것이다....(후략)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찬미하고 풍자하여(美刺) 권선징악하는 뜻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따라서 뜻이 세워지지 않고, 학문이 부족하고, 삶의 큰 도리를 아직 배우지 못하며, 임금을 도와 백성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이 없는 사람은 시를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중략)...그러나 시에 역사를 전혀 인용하지 않고 음풍영월이나 하고 장기나 두고 술먹는 이야기를 주제로 시를 짓는다면, 이거야말로 시골의 서너 집 모여 사는 촌구석 선비의 시인 것이다. 이후로 시를 지을 때는 반드시 역사를 인용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거라.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를 인용한답시고 걸핏하면 중국의 사실이나 인용하고 있으니, 이건 또 볼품없는 일이다. 부디 삼국사기, 고려사, 국조보감, 신증동국여지승람, 징비록, 연려실기술 및 우리나라의 다른 글에서 사실을 모으고 고찰하여 시에 인용하면 그제야 후세에 전할 좋은 시가 나올 것이다....(후략)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1. 종종 순수예술의 가치에 대해서 논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때마다 나는" 그래,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어."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속마음은 사실 정약용과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다만 부잣집 재산을 관리하는 화폐노릇에 그칠 뿐이다. 이게 어찌 예술이라 하겠는가? 다만 술(術)의 가치는 있는 것으로 그저 한 번의 눈요깃감에 불과한 것이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이게 바로 "그건 그것대로"의 의미이다. 이태백이 시선이라 불리며 많은 시를 지었지만 그는 두보만 못하다. 선(仙)자를 붙인 것은 아주 적절하다. 현실에서 도피해서 신선놀음이나 하며 술이나 통쾌하게 마실 땐 좋겠다만 어찌 옳다고 할 수 있으리.
나 역시도 예전에 글을 짓는답시고 단어를 고르며 아름답게 꾸미려 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세상보는 눈조차 뜨지 못했으니 몸은 어른이되 식견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등줄기가 서늘할 뿐이다.
2. 전에 역사학자 이이화선생의 강연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중국역사에는 박식한 사람이 많으나 한국사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나 역시도 중국의 각종 사서는 섭렵했으나 한국의 사서는 그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게다가 주로 인용하는 고사성어도 사실 원유가 중국에서 왔으니 참으로 부끄럽다. 얼마전에 간신히 삼국사기와 고려사를 읽었는데 그 내용과 재미가 중국에 뒤지지 않았다. 다만 나라가 작으니 스케일이 좀 작을 뿐이다. 10만대군이 등장하기보다 수십, 수백, 수천 규모인데 아무래도 로망을 자극하기는 중국사에 좀 뒤지기는 한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재미뿐 아니라 어제를 거울로 내일의 지표를 삼고자 하는 것인데, 한국의 역사를 모르고서 어찌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정약용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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