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가 주는 진짜 교훈

역사/동양사 2019. 1. 3. 08:23 Posted by 闖

 뉴스기사를 읽다가, 역사를 가지고 곡학아세하는 글이 있기에 이 글을 쓴다. 무슨 글인고 하니, [산업혁명 500년 전, 영국보다 잘 살았던 송나라는 왜 망했나]하는 글인데, 송나라 사례를 들어서 문재인정부를 은근히 공격하고 있다. "문재인, 이념을 쫓는 좌파 니들이 바로 지금의 도학정치가 들이다. 니들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 이게 바로 유성운씨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도학 정치가들의 발목 잡기 산업혁명 목전에서 내리막https://news.v.daum.net/v/20190103000502617


 진짜 송나라가 도학정치 때문에 산업혁명을 못하고 망했을까? 아니, 송나라가 도학정치를 한 건 정말일까? 정말 그렇다면, 도학정치를 한 도학정치를 한 송나라는 왜 중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송나라, 이 기사에 언급된 산업혁명 직전의 송나라는 북송일 것이다. 북송이 망한 원인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인 원인은 없다. 딱히 망해야 해서 망한 나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완전히 망하지 않고 남송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북송이 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금나라와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도학정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도의를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금나라태조는 맹약에 충실했지만 송은 도의를 무시했다. 휘종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예술가 황제 밑에 채경과 동관 같은 신념이 부족한 인물이 정권을 쥐었으니 당연했다...(중략)...금은 송의 배신행위에 분노했다...(중략)...금군은 마침내 개봉성을 함락했다.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살림출판사> 


 도학정치의 송나라. 도학이라는 말이 주는 몽상가적 늬앙스를 빼고나면, 이것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송나라는 사대부를 우대했다. 사대부의 목표인 관료의 수와 봉급은 송나라 때가 가장 많았다. 이전 시대의 당나라와 오대는 군인들이 설쳐서 망했기 때문에, 반대로 문(文)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렇게 사대부를 키운 송나라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도학정치 때문에 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북송과 같이 사대부를 우대한 남송은 몽골(원)에 의해 망했는데, 결코 허무하게 망하지 않았다. 당시 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몽골의 주력군을 상대로 칸을 전사시키는 등, 수십년을 끈질기게 버틴 끝에, 애산전투를 끝으로 그야말로 사대부의 나라답게 장렬하게 망했다. 당시 몽골군의 전설적인 전투력을 감안하면, 이거야 말로 사대부를 키운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도학정치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천상의 죽음과 전겸익의 투항을 돌아보면, 사대부를 우대한 송나라와 똥파리 취급한 명나라의 마지막 사대부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학정치 때문에 송이 망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반박은 이쯤해두고, 이번에는 도학 때문에 민생이 파탄났다는 주장을 보자. 은근슬쩍 산업혁명 운운하면서 마치 도학 때문인 것 경제가 파탄 난 것 같은 늬앙스를 흘리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문재인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이다. 아주 악날한 붓끝이다.

 북송의 경제는 융성하기 그지 없어서, 수도였던 개봉성은 불야성이었다. 대도시가 불야성 수준이 되려면 귀족들만 불을 켠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서민층의 활력이 넘치는 시대였다. 사대부만의 나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산업혁명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아직 인류가 그 단계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12세기 북송 VS 18세기 산업혁명)였기 때문이지 딱히 상업의 자유가 없거나 사법이 불공평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이 갖춰 진다고 반드시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진화는 다양한 요인의 결합과 우연의 산물이다. 또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도 딱히 사법제도가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지금도 사법제도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덧붙여, 수호전의 배경이 북송이었던 것은, 남송을 멸망시킨 원나라에서 의도적으로 사대부를 탄압했기 때문에, 사대부들이 정치보다는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사대부는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몽골왕조에서 한족관료가 고위관료가 되기는 어려웠다.) 소설을 쓰자니 자연히 원나라를 배경으로 하면 목이 잘릴 것이고, 그 이전 시대인 송나라를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 특별히 송나라 때 민중들이 더 살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중국이 이후 성장하지 못하고 침체한 것을 모두 송나라 도학의 후유증으로 돌리고 있는데, 심해도 너무 심했다. 역시 이명박근혜 10년동안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를 외치던 보수의 전매특허라고 해야할까? 여기서 중국의 성쇠를 다 논할 수는 없고, 북송의 경제침체에 대해서만 간단히 보자.  

 북송의 경제가 융성했지만, 재정지출 역시 막심해서 결국 개혁을 해야할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신법, 왕안석의 개혁시도였다. 이 개혁시도가 실패한 것은 딱히 개혁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신법을 시행했다가 철폐했다가 다시 시행했다가 하는 등, 오락가락 했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송나라 역사가 정부와 여당에 주는 진짜 교훈이다.

 

 

 본 글에서 언급된 주장에 대한 근거는 필자의 직관이므로, 향후 자료를 보완할 예정임을 미리 밝힌다. 다만, 문제의식자체를 글로 남겨두기 위해 블로그에 써 둔다.

 한국의 중소기업지원정책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언론에서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는 날이 드물 지경이다. 기존에 알려진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사유는 뭐니뭐니해도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목표가 일자리창출이고, 수단은 중소기업지원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지원정책을 뜯어보면 일자리창출이라는 목표 보다는, 중소기업지원 그 자체에 치중한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 일자리의 양적, 그것도 단기적인 면만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이야기지만, 질적인 면과 장기적인 양에서도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질적인 면은 급여나 복지에서 대기업에 미치지 못할 것은 구태여 증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 있어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중소기업은 내일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즉,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지원정책의 정책목표와 지원기준을 어디에 둬야할까? 정책목표는 앞서 언급한 양질의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만한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모순인 것이, 중소기업은 양질의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을 지원해서 중견기업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즉, 지원기준은 떡잎부터 될성부른 녀석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중이 떠중이들에게 지원해봐야 지원금은 고용으로 연결되기는 커녕, 중소기업의 지배구조상 경영진의 직접적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일부 특화된 분야에서만 경쟁력이 있지, 결국은 규모가 기술력,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국가의 통제력을 넘어선 대기업, 글로벌기업의 출현인데 이 문제는 본 주제를 넘어서는 문제이므로 차지하자. 국가 입장에서 이상적인 것은, 통제가능한 범위내에서 가능한 기업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지원은 크게 2단계로 나눠야 한다. 스타트업, 벤처 같이 사업주에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소규모 기업과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후보기업으로 나눠서, 정부는 후자의 지원에 치중해야 한다. 전자에 대한 지원은 직접적인 지원 보다는 제도적인 간접지원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기업에 직접지원해 봐야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중견기업으로 크려면 어쨌든 인적규모를 확대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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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23장 비틀어 보기

철학/단상 2018. 9. 8. 23:20 Posted by 闖

중용에 보면, 卽이 많이 나온다. 곧 즉자로, "A면 곧 B이다." 이런 용법으로 주로 쓰이는데, 중용의 23장을 보자.


어려운 한문이 싫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曲能有誠(곡능유성)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誠則形(성즉형)  정성을 다하면 곧, 형태로 나타나고

形則著(형즉저) 형태가 나타나면 곧 뚜렷해진다.(현저하다.)

著則明(저즉명) 뚜렷하면 곧 밝아지고

明則動(명즉동) 밝으면 곧 움직이

動則變(동즉변) 움직이면 변하고

變則化(변즉화) 변하면 화한다 (변화한다)

唯天下至誠(유천하지성)爲能化(위능화) 오직 정성만이 변화하게 한다.


요컨대, 조그만 일부터 정성을 다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고, 오직(唯)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꼬투리를 잡자면 논리적으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성을 다한다=형태로 나타난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정성을 다해도 헛수고일 때가 있다. 형태로 나타난다해도 뚜렷하지 않을 때가 있고, 뚜렷해도 어두울 때가 있으며, 발버둥쳐도 변함없는 때가 있으며, 변해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변화일 때가 있다.


일본에는, 바람이 불면 통값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뜯어보면 논리구조가 중용과 흡사하다.


1.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린다.

2. 먼지가 날려 눈에 들어가면, 시력이 나빠져 장님이 생긴다.

3. 장님은 사미센이라는 일본악기를 연주해서 돈을 벌므로, 사미센의 수요가 는다.

4. 사미센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다. 그래서 고양이가 줄어든다.

5. 고양이가 줄면, 쥐가 늘어난다.

6. 쥐가 늘어나면, 쥐가 통을 많이 갉아 먹게 된다.

7. 통을 새로 사야하므로, 통값이 오른다.


그럴 듯 하지만, 역시 통계나 확률을 좀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좀 날리지만, 먼지가 눈에 들어가서 장님이 된다는 것은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 한 만 번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만 명중에 한 명 정도가 장님이 될려나? 사미센이 고양이 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체 고양이 숫자에 영향을 줄 정도로 사미센의 수요가 폭증할 리는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정도일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1. 정성을 다하면 70% 쯤은 형태가 드러난다. (여기서 70%는 임의의 +숫자이다.)

이런 식인데, 

결국 0.7*0.7*0.7....이런 식으로 마지막에 가면,


"정성을 다하면 가끔 (괜찮은)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음수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유학자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계속 시도하면 결국 된다는 말이니까.


"매일매일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좋은) 변화하게 된다."


이것이 중용 23장의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순자의 적미(積微)개념이야말로 중용 23장을 압축한 단어가 아닐까?


그래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분은 아래 문장을 드래그해보라.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 정성을 다해도 결과를 얻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